"회의록도 안쓰고 안건 검토는 부실"…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주먹구구'

입력 2016-10-09 20:05   수정 2016-10-10 05:42

민간 전문위원, 개정안 제출개정안서 드러난 문제점
전문위 열리기 직전 자료 배포
충분한 검토시간 안줘
회의도 올들어 고작 한번뿐

전문위 문제 개선안 내놔도
복지부 1년 가까이 묵묵무답



[ 좌동욱 기자 ]
국민연금이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의 이사 선임, 배당 규모 등에 대한 찬반 등을 결정하는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담당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전문위가 열리기 직전에 심의 안건 자료를 배포해 충분한 검토 시간을 주지 않는가 하면, 내부 규정에 명시된 회의록조차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위 스스로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관련 규정을 바꾸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복지부는 별다른 이유 없이 1년 가까이 방치하고 있어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위 “이대로는 안 된다”

윤종필 새누리당 의원이 9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뭐恝П?의결권 행사지침 및 주식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위원들은 작년 10월27일 관련 규정 개정안을 복지부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전문위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원 3인 이상 요구시 기금운용본부가 아니라 전문위가 의결권 행사 △무기명 비밀투표 △기금운용본부에 대한 전문위의 자료 제출요구권 등을 신설했다. 또 회의 2주일 전 기금운용본부가 전문위에 안건을 보고하고 자료를 제출토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전문위가 얼마나 부실하게 운영됐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에 주식의결권 행사 전문위가 설치된 건 2005년. 상장사가 선임하려는 이사에 대한 찬반 결정, 상장사의 인수합병(M&A)에 대한 찬반 결정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국민연금이 정부나 기업의 눈치를 보지 않고 결정하도록 민간기구 형태로 만들었다. 위원은 정부,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등이 추천한 9명으로 구성된다.

전문위는 일반 자문기구와 달리 해당 안건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만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한 안건은 전문위에 결정을 요청할 수 있다’는 모호한 규정 탓에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운영돼왔다. 지난해 SK와 SK C&C의 합병 관련 의결권은 전문위가 행사했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기금운용본부가 찬반 의결권을 결정했다. 한 전문위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기로 전문위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개정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에는 ‘(내부 규정과 달리) 회의록 작성 및 보전이 실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의결권 전문위 독낵?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노력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등의 의견도 포함됐다.

꿈쩍 않는 복지부

복지부는 이런 의견을 국민연금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 4월8일 ‘의결권 전문위 위원 3인 이상 요구 시 의결권 행사’에 대한 의견만 보고했을 뿐 다른 규정 개정 의견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결권 전문위 관련 안건은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검토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금운용본부를 공사로 개편하는 내용 등을 담은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전문위는 복지부의 ‘복지부동’에 강한 불만을 갖고 있다. 한 위원은 “복지부나 기금운용본부는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에 대한 자료를 통상 회의 하루 이틀 전에 준다”며 “사실상 정부의 거수기 역할을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복지부 담당 부서의 국장, 과장, 사무관이 올해 한꺼번에 바뀐 만큼 이런 문제를 알고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전문위 회의도 올 들어 4월에 열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의결권 전문위는 총 여섯 차례 열렸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장 출신인 권종호 건국대 교수는 “국내 상장사의 배당 규모 등을 놓고 엘리엇 등 해외 헤지펀드들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독립성을 갖춘 국민연금 의결권 전문위가 중심을 잡아줘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의결권 전문위가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운영 시스템을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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